제2장
어떻게 성화할 것인가?
하느님의 뜻
3 하느님의 모상을 지니고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성혈로 구속된 신실한 영혼이여, 그대가 이 세상에선 예수 그리스도와 같이 거룩하게 되고, 천상에선 예수 그리스도와 같이 영광스럽게 되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하느님의 거룩함을 닮는 것이 바로 그대의 확실한 소명입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어느 날 여동생이 물었다. “성인이 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나요?” “첫째는 네가 성인이 되기를 원해야 된다”고 토마스 성인은 대답했다. 그러자 동생이 또다시 물었다. “그럼 성인이 되기 위해서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성 토마스는 “성인이 되기를 간절히 원해야 된다”라고 했다.
하느님께서 유다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나 야훼가 너희 하느님이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스스로 거룩하게 행동하여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1,44).
만일 시냇물더러 “어디로 흘러가느냐?”고 물으면 “강으로 흘러간다”고 대답할 것이고, 강물더러 “어디로 흘러가느냐?”고 물으면 “바다로 흘러간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처럼 모든 물들이 하나의 목적지인 바다로 흘러가는 것과 같이 모든 사람들은 영원한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향해서 살게 되고 하느님의 거룩함을 찾고 참여해야 한다.
그대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과 고통 그리고 삶의 모든 것들이 이 소명을 실현하지 않는다면, 그대를 창조하시고 보호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 됩니다.
오, 이 얼마나 경탄할 만한 일입니까! 먼지가 빛으로 바뀌고, 순결하지 못한 것이 정결의 옷을 입고, 죄로 물든 것이 거룩해지고, 피조물인 인간이 그 창조주를 닮아 하느님과 같이 되는 것은 얼마나 경탄할 만한 일입니까!
그러나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인간의 힘만으로는 어렵고 불가능합니다. 오직 하느님의 은총, 풍성하고 각별한 그 은총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온 세상의 창조도 이보다 더 걸작일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심지 않으신 나무는 모두 뽑힐 것이다”(마태 15, 13).
세례받을 때에 거룩한 생명을 심게 되었으니, 이 거룩한 생명에 대한 인식과 열망과 사랑을 끊임없이 심어야 한다.
이탈리아의 어떤 농가에 한 살된 갓난 아이가 있었는데 어머니가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수퇘지가 아기의 얼굴을 할퀴어버렸다. 아기의 얼굴은 사람의 얼굴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보기 흉하게 변했다. 동네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는 다들 무서워 도망쳤다. 마침내 바티칸에서 그 아이를 큰 병원에 입원시키고 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서 여러 해 동안 몇 차례에 걸쳐서 수술을 받아 새로운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도 죄로 말미암아 사탄의 유혹으로 인해 잃어버린 하느님의 모습을 하느님의 은총과 성사와 기도로 다시 찾게 된다.
성화와 구원의 방법은 바로 마음의 겸손과 끊임없는 기도와 모든 일의 극기와 하느님 섭리에 위탁함과 하느님 뜻에 일치하는 것입니다.
4 선택된 영혼이여, 그대는 어떻게 성화를 이루렵니까?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그곳까지 어떻게 도달하렵니까? 성화와 구원의 방법은 모든 사람에게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그 방법은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으며, 영성생활의 대가들이 설명해 주었고, 이미 많은 성인 성녀들이 실천했으며, 구원과 완덕을 소망하는 이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성화와 구원에 도달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마음의 겸손, 끊임없는 기도, 모든 일의 극기, 하느님 섭리에의 의탁, 그리고 하느님의 뜻에 나를 일치시키는 것 등입니다.
“어떤 사람이 예수께 와서 ‘선생님, 제가 무슨 선한 일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 네가 생명의 나라로 들어 가려거든 계명을 지켜라’ ... 그 젊은이가 ‘저는 그 모든 것을 다 지켰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무엇을 더 해야 되겠습니까?’ 하고 다시 묻자 예수께서는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하셨다”(마태 19,16-21).
교회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완전하게 되기 위해 하느님으로부터 내려오는 모든 방법을 가르치고 재건하고 있다.
5 성화와 구원을 위한 이 모든 방법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은총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은총을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모든 이에게 주십니다. 다만 각각의 영혼에 따라 그 정도는 달라질 것입니다. 무한히 선하신 하느님께서 모든 영혼에게 모두 똑같은 은총을 주시지는 않지만 각 영혼에게 그에 맞는 충분한 은총을 주신다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그분은 충분한 은총을 주십니다. 충실한 영혼에게는 그에 맞는 큰 은총을 주셔서 큰 업적을 이룰 것이고, 그렇지 못한 영혼에게는 또 그에 맞는 은총을 주셔서 그것을 성취하게 하실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며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이 원리들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배없이는 바다로 나갈 수 없고, 목청없이는 말 할 수 없고, 발없이는 누구도 걸어갈 수 없고, 빛없이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라고 하시며 ‘하느님 은총없이는 올바르게 살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도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요한 15,5)고 말씀하셨다. 이 두 가지는 영원한 생명을 위해서는 필요한데,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이것을 “하느님의 은총과 사람의 뜻이 있어야 한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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